∎ 기획의도
386세대는 흔히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격동기라 불리운 80년대의 민주화 운동의 중심부에서 가장 치열하게 살아왔던 탓에 단지 운동권이미지로만 단정지어지곤 한다. 그러나 어쩌면 그들 대다수는 그와 같은 정치적 의미와는 무관하게 살았었는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그들은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탓에 집단의 이익만을 위해 개인의 자유의지는 철저히 숨겨야 했는지도 모른다.
운동권 이미지 외엔 뭐 하나 뚜렷이 규정 지을 수 없는 모호한 정체성의 소유자들인 386세대들은 이렇듯 숨가쁘게 80년대를 살아왔고 이젠 2000년대를 맞이했다. 그러나 그들이 느끼는 세대 간의 단절감과 지난날에 대한 회한 그리고 경제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느끼는 압박감에 지친 그들의 무력감과 절망감은 더 이상의 희망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
그룹 ‘들국화’와 전인권은 80년대를 살아온 386세대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하나의 문화적 코드이자 상징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룹 ‘들국화’와 전인권은 386세대인 주인공의 헛된 꿈이자 이룰 수 없었던 첫 사랑과도 같은 의미로 등장한다. 현재까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하나 이루어 놓은 건 하나도 없는 듯 여겨지고 그저 목적 없이 뭔가에 떠밀려 여기까지 오긴 왔으나 앞으로 더 잘 살 자신도 없이 그저 삶이 고달프기만 할뿐이다. 그러다 우연히 TV속의 전인권의 모습은 더 이상의 과거의 우상도 아니고 첫사랑의 대변자도 아닌 그저 우스꽝스럽게 변질된 모습일 뿐이었다. 자신의 초라한 삶과 변질된 전인권의 모습이 교차되는 순간 살인충동을 느끼며 ‘들국화’를 영원한 신화로 남기고 주인공 자신도 이 고단한 삶을 그만 마감하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 주요 등장인물
- 민혁(남.37) : 2000년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보험사 영업부 과장. 별다른 꿈도 희망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소비한다. 어느 날 우연히 TV에서 다시 만난 들국화 리드싱어였던 전인권의 우습게 변질된 모습에서 살인충동을 느낀다. 그 후 더 이상 희망 없는 자신의 모습과 전인권을 동일시하며 암살계획을 세우게된다.
- 동기(남.37) : 민혁의 친구. 어려서부터 음악감상이 취미였고 결국 라디오 방송국 PD가 된다. 그러나 80년대 음악과 LP만을 고집하며 방송국내에서 별다른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심야시간대를 전전하다 지방 방속국으로 전출된다. 주로 초대손님으로 등장하는 뮤지션들로부터 전인권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 현지(여.37) : 민혁의 첫사랑. 우연히 시위현장에서 시위도중 민혁과 만난다. 학생운동에 심취 민혁과의 연애기간에도 서로 다른 삶의 방식 탓에 결국 헤어지게 된다. 대학 졸업 후 변화된 사회적응에 실패한다. 민혁과 헤어진 후 자취를 감춘다.
- 재호(남.37) : 민혁의 친구. 자영업(치킨집 : 친구들이 자주모이는 장소제공)으로 하루하루 고된 삶을 살아간다. 두 딸의 아버지로 유일한 취미는 잠자기.
- 준영(남.37) : 민혁의 친구. 친구들 중 가장 먼저 사회적 성공을 이루나 IMF이후 사업실패와 이혼의 아픔을 동시에 겪는다.
- 지수(여.21) : 대학생(휴학생). 치킨집 아르바이트 생. 힙합을 좋아하고 래퍼가 꿈이다. 저녁엔 힙합 동호회원으로 활동하며 당차게 자신의 생활을 해나가는 밝은 성격의 소유자. 민혁과 친구들과의 세대차이를 여실히 보여주는 캐릭터
- 승현(여.34) : 재호 와이프. 전형적인 대한민국 아줌마. 친구들과 술을 좋아하는 남편이 못 마땅하다.
- 고승기(남.55) : 민혁 직장 상사. 본부장으로 승진하며 자신의 삶의 원동력은 월남전 참전당시 살인경험이라 굳게 믿는다.
- 전인권(남.?) : 1985년-1991년 들국화 멤버로 활동. 최근 독집앨범으로 재기.
디지토는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했습니다.
현재 영화 교육과 영화 제작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가슴 따뜻한 한 편의 영화가 세상을 밝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러한 믿음의 연장선에서 많은 후학을 양성하며, 영화 기획에서 제작에 이르기까지 즐겁고 유쾌하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